친구가 소개팅을 해서 몇 번의 만남을 가지고 있단다.
어떤 사람이냐고 물어봤더니, 어느 대학을 나와, 어떤 일을 하고, 연봉은 얼마란다.
‘사람은 어때’ 라고 물어봤더니, 성격은 어떤지, 인간성은 어떤지,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 사람인지는 중요하지 않다는 듯, 키는 얼마고, 집은 어디고, 부모.형제 출신 학교까지 말해준다. (거듭 연봉을 강조했다.)
친구라는 이름으로 오랫동안 알고 지내온 그녀 주변엔 세계에서 제일 멋있는 사람들만 모아 논 듯한 인맥을 자랑하고 있었다.
입이 닳도록 자랑 아닌 듯 얘기하는 그녀 주변 사람들은, 학력은 기본이요, 직장도 그럴 듯 하고, 부모님도
한가닥 하시는 집안에, 외모까지 훌륭하니, 그녀를 아는 사람들은 그녀도 그런 사람인갑다 하는 분위기다.
길지 않은 시간이 지나고, 그녀에 대한 얘기가 나왔을 때, 정작 그녀에 대해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 그녀가 어떠한 인생을 살고 있는지, 그녀보다 그녀가 그토록 얘기하던 주위 사람들만 기억하고 있었다.
지인 중에 한 사람은 인맥 넓히는 일이라면 사족을 못쓰고 덤벼드는 사람이 있다.
그의 주변 역시도 그의 말에 의하면 내노라 하는 사람들 투성이다.
본인의 인맥이 하루 아침에 만들어진게 아니라고 과시하듯이, 짧은 점심시간을 이용하여 네트워킹을 하라고 충고까지 한다. (여기저기서 인맥 구축 요령이랍시고 하는 이런 충고들이 이만저만 얄팍하고 귀에 거슬리는 게 아니다. )
그는, 처음엔 불량식품처럼 달콤한 말들로 좋은 인상을 심어주어 relationship building에는 성공한 듯 하나, 듣기 좋은 말만 하고, 듣고 싶은 말만 들어, 깊이 있는 관계에 있는 사람은 별로 없는 듯 했다. 정작 maintenance를 못하는 스타일이다.
이런 습자지 같은 인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인맥을 자랑 삼아, 자기들이 알고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멋진 백그라운드를 가지고 있는지, 얼마나 영향력 있는 사람인지, 자기가 가지고 있는 인맥으로 인해 본인도 덕을 보려는 심사가 아닌가 싶다.
몸에 좋은 것들은 맛이 없고, 맛있는 것들은 죄다 몸에 않좋은 거 같다.
잡곡·혼식 도시락이 쫀드기나 아폴로 보다 맛이 없지만, 불량식품으로 삼시세끼를 때울 순 없지 않은가.
인맥도 마찬가지다.
직장이, 사회가 당신의 감정을 모조리 드러낼 수 있는 곳은 아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진정한 자신을 감출 필요는 없다.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지고 진심을 보여야 한다. 당신의 자아를 상대가 훤히 들여다볼 수 있도록.
그 사람의 덕을 보려고 하지 말고, 내가 그에게 해 줄 수 있는 게 무엇인지 생각해 보자.
일시적으로 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을 인맥 구축을 위해 제발이지 인맥에 목숨 걸지 말기 바란다.
편식하지 말고,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맛을 천천히 느껴보자.
천천히, 조금씩 귀 기울이고, 지나치지 않으며, 따듯하고 기분 좋은 여백을 남겨두는 건 어떨까.
진심을 담으면 상대의 마음은 반드시 움직이게 돼 있다.
그 사람이 뭘 하는 사람인지 보다, 그 사람의 인생에 관심을 가져보자.
그러면 사람들을 그저 특정 역할을 하는 사람으로만 보는 함정에 빠지지 않을 수 있다.
기억하세요. 당신이 하찮게 여기는 사람들도 당신을 놀라게 할 수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