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테일에 관한 방정식에 한해서는,
100-1은 99가 아니고 0이다.
공들여 쌓은 탑도 벽돌 한 장이 부족해서 무너지고,
1%의 실수가 100% 실패를 부를 수 있다.
- 왕중추, ‘디테일의 힘’에서
몇 년 전의 일이다. 모 그룹에 입사한 P는 해당부서에서 3개월 만에 능력을 인정 받아 그룹 전략 기획실로 특별 발령받았다고 기쁜 소식을 전해왔다. 그러나 얼마 가지 못해 P는 내게 너무 힘들다며 하소연의 전화를 해왔다. 이야기인즉, 전략기획이 주종목이 아닌 탓도 있겠으나 해외 Top 50위권 내의 비즈니스 스쿨을 졸업하고, 세계 유명 컨설팅펌에서 근무를 했던 이력이 화려한 전략기획 전문가 집단으로부터 왕따를 당하고 있다는 얘기였다. 아니 이런 ‘왕따’ 라니…… P의 푸념은 길게 이어졌다. 업무수행능력이 부족하여 눈총을 받는 것은 본인이 잘못한 것이니 이해하고 노력하며 견딜 수 있으나, P의 직속상사와 동료들은 사소한 것에도 목숨을 거는(P의 표현) 것으로 유명한 모 컨설팅펌 출신이기에 보고서의 폰트, 서체, 줄 간격, 굵기, 오타 등등에 대해서 시비 걸고 주의를 주고 심지어 P에게 박사가 이것밖에 못하냐는 면박을 수없이 받으면서 시정해야 하니 이대로 있다가는 바보취급 당하다 못해 미쳐버리겠다는 한숨의 소리였고 왜 이런 회사에 추천을 해서 날 이 고생을 시키냐는 원망의 소리였다. 씩씩거리는 P를 잘 다독이고 전화를 끊었으나 1년이 지날 즈음 내게 이 메일을 보내왔다. 결국엔 퇴사를 할 예정이고 그 동안 주눅들고 상처 받은 마음을 쉬게 하고 싶다고, 그리고 refresh가 끝나면 다시 취업을 하겠으니 이번엔 외국계 기업을 소개시켜 달라는 내용이었다. 나는 마음이 씁쓸했다. 조금만 더 프로페셔널한 마음을 갖고 오기로라도 그 업무를 훌륭하게 완수하기를 바랬고 상사가 말하지 않고 원했던 부분을 스스로 깨달아주기를 바랬었다. 그랬다. 상사가 원했던 것은 완벽함을 추구하기위한 세심함이다. P가 말한 대부분은 디테일에 신경을 쓰지 않았기에 나타난 결과다. 아마도 P의 상사는 사소한 것 하나 시키는 대로, 정해진 대로 하지 못하는 P 가 과연 큰일은 어찌할 수 있을지 더 답답하고 고민했을 것이다. 초등학생도 아니고 그룹사 수뇌들이 모여있는 집단에 중간간부로 입사한 사람에게 일일이 밑줄 쫙~을 지적하는 노릇 또한 한심하다 생각 할 수 있었을 것이다. 성공이란 수천 가지 작은 일들을 제대로 하는 것, 그리고 그 가운데 많은 일을 되풀이해서 반복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나는 대학졸업 후 부평의 한 여고에서 기간제 교사로 일본어를 가르치다 교수님의 추천으로 일본 회사에 입사를 하게 되었다. 첫 직장은 Nissen 이라는 일본 Kyoto에 있는 통신판매회사였다. 1998년까지 꽉 찬 10년 동안 재직하면서 3명의 일본인 Boss를 모셨다. 지금은 회사도 일본최대규모로 세계적인 기업이 되었고 내가 모셨던 분들 또한 최고경영자와 최고임원이 되어있는데 이들의 한결 같은 공통점은 대단한 几帳面(きちょうめん:성격이 규칙적이고 대단히 꼼꼼함)이라는 점이다. 세계적 경영학자, 짐 콜린스에 의하면 ‘능력이 뛰어난 것으로 손꼽히는 리더들은 비전과 세부적인 것에 병적일 정도로 집착하고 세부 사항을 제대로 처리하는 것에 편집광적으로 매달립니다.’ 라고 말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첫 번째 나의 Boss인 和田さん은 내게 업무적으로 많은 가르침을 준 분이다. 비즈니스는 이렇게 하는 것이라는 것을 확실하게 가르쳐주었다. 어쩌면 지금 나의 마인드나 세밀함은 처음 만난 Boss에게서 배운 습관이 아닐까 생각한다. 지금도 기억나는 일은 갓 입사하여 MD로서의 업무를 배워나가는 시기였는데 거래처에서 MD가 order한 제품의 시제품을 confirm받기 위하여 sample을 갖고 들어왔다. 그날 따라 Boss인 和田さん은 내게 줄자를 가져 오게 해서 옷의 각 사이즈를 재게 하였고, 치수재기가 다 끝난 후 체크시트를 확인하고 지시 사이즈 대로 만들어지지 않았으니 다시 만들어 오라는 주문을 하게했다. 나는 짐짓 놀랬다. 스커트 기장 63Cm에서 겨우 0.8Cm 오버했을 뿐 인데...... 그것도 우리 허용 오차는 ±0.5Cm이니 0.3Cm 오버한 것은 본 작업에서 수정하고 넘어갈 수도 있는 문제인데 일본사람들 참 유별을 떤다고 생각하고 있는 나에게, Boss는 마치 내 마음 속을 읽고 있는 듯 이렇게 말했다. ‘지금 되지 않으면 나중에도 안 된다고. 한 장도 제대로 만들지 못하면서 100장 1000장을 잘 만들리는 더더욱 없다고. 朴さん도 이 일을 오래 할거면 이 점을 명심 해야 한다고’.
유명패션브랜드 폴로의 경우 바느질할 때 1인치에 반드시 재봉틀 바늘 여덟 땀을 떠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이런 세심함이 20년이 넘도록 브랜드파워를 갖고 주도권을 쥐고 있는 비결인 것이다. 할 수만 있다면 되도록 항상 ‘치밀하게’ 기획하고 실행할 수 있어야 하겠다. 우리의 일상과 회사생활을 되돌아 보더라도 그 동안의 실패는 모두 디테일에서 나온 것이기 일쑤다. 계약서 조항 하나하나, 보고서 문구 하나하나, 미팅 시 발언 하나하나가 정말 모두를 좌지우지하는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 우리회사 엔터웨이파트너스는 Client와 Candidate에 대한 세심한 배려, 훌륭한 후보자를 추천함에 있어 꼭 필요한 정확한 정보와 명확한 프로세스, 정성어린 추천 프로 파일 등 최고 양질의 서비스, 작은 것부터 충실 하는 태도, 엄격한 Rule의 관리, 전화응대, 규칙의 착실함, 사내 직원들간의 배려와 이해, 존경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는 디테일을 강조하고 있다. 디테일을 강조한다는 것은 자기가 하고 있는 일이 크든 작든 프로의식을 가지고 매순간 최선을 다해 일하라는 것으로 볼 수 있는데, 나부터 시작해서 직원들 모두 이런 디테일에 대한 의식이 있다면 현재 하고 있는 모든 일의 결과물이 훨씬 좋을 수 있을 것이다.
명품은 한번에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장인의 손을 수십 번, 수백 번 거치고, 마지막 바늘 한 땀까지 정성이 들어가고 디테일의 완성이 완벽해야 비로소 명품이라는 이름을 입는다.
"작은 일이 큰 일을 이루게 하고, 디테일이 완벽을 가능케 한다" (데이비드 패커드, 휴렛패커드 창업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