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필자가 학교를 다닐 80년대만 해도 지금처럼 복잡하거나 빠르게 변화하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학창 시절의 생활을 생각해 보아도 그렇고 한창 열심히 사회생활을 하시는 아버지 세대의 모습도 그렇고 변화와 스피드라는 화두보다는 안정이나 단계적인 발전이 사회 전반적인 모습이었던 것으로 기억 합니다.
학창시절의 생활도 공부 외에는 그리 특별한 것이 없었으며, 물론 TV도 있었지만 라디오를 통하여 외국의 팝송을 따라 부르며, 좋아하는 곡들은 테이프에 녹음하여 듣기도 하였고, 다소 여유가 있었던 친구들은 LP판을 사서 모으는 정도…아버지 세대만 해도 딱히 특별한 일들이 많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기껏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허름한 술자리에서 소주잔을 기울이며 하루를 마감했던 소박한 모습이었던 것 같습니다.
아파트도 그리 많지 않았던 시절, 이웃들과도 잦은 왕래가 있었고, 음식도 나누어 먹는 등 인정이 넘쳤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러나 불과 20년도 되지 않아서 사회가 너무 많이 변하였습니다. 과거 100년의 사회의 변화 보다는 최근 20년의 변화의 폭이 훨씬 크며, 지금도 매일매일 새로운 것들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필자가 하는 일도 그러한 사회의 변화 속에서 새롭게 생겨난 직업으로 생각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 사회적인 변화의 모습을 따라가지 못하면 당장 사회에서 주변인이 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며, 요즈음은 그 변화에 따라가는 것 조차도 많은 사람들이 힘들어 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사회의 변화가 그렇다 보니 사회에서 원하는 구성원들에 대한 기대치도 높아져서 사회에 적응하기 위하여는 많은 것들을 해 내야 하는 상황입니다.
여러 가지 예가 있겠지만, 몇 가지를 들어보면, 필자가 사회 초년병 시절, 컴퓨터를 다루지 못하는 부서장님들이 꽤 많았으며, 보고서를 작성할 일은 대부분 하위 직원들의 몫이었으며, 컴퓨터는 책상의 장식품 정도밖에 되지 않았었습니다. 그러던 것이 90년대 후반에 인터넷이 널리 보급되면서부터 컴퓨터가 없는 세상은 더 이상 상상할 수 조차 없게 되었죠. 이로 인하여 달라진 모습들을 보면, 이제는 모든 사회 구성원들이 새로운 정보를 실시간으로 검색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잠시만 외면하면 사람들 사이에서 대화에 끼지 못하는 경우를 보게 됩니다. 또한 많은 일들이 이메일을 통하여 이루어지며, 메신저를 통하여 대화하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따라서 사람들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이 수시로 실시간으로 이루어지게 되었으며 새로운 사회의 모습을 따라가기 위해서는 늘 새로운 정보를 접하고 본인에게 필요한 정보를 가려내고, 지혜롭게 활용하는 노력들이 필요하게 되었습니다.
하나의 예를 들었지만 이 외에도 사회생활을 열심히 하는 대부분의 우리 선후배님들은 너무 바쁩니다. 외국어 한 두개쯤 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는 사회풍토 때문에 뒤늦은 나이에 학원에 등록하여 시간을 쪼개어 공부하는 것 하며, 본인의 주 업무 외부 업무는 또 그렇게 많은지…, ERP도 활용할 수 있어야 하고, 사내 교육도 참가해야 하고, 많은 기업에서 혁신운동으로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6 sigma project는 어김없이 기다리고 있어 belt를 유지하거나 승진하기 위하여는 필수적으로 수행하여야 하고, 노후를 위하여는 재테크에도 관심을 가지고 계획을 세워야 하고, 안정적인 노후를 위하여는 이에 대한 대비도 차곡차곡 세워야 합니다. 그것만이 아닙니다. 자녀들의 가치관과 문화를 이해하기 위하여 그내들이 무엇에 열광하고 있는지 지금의 관심사는 무엇인지 그들의 난장에 기웃거려도 봐야 하니 말입니다.
이렇게 숨돌릴 틈도 없이 돌아가는 거대한 사회에서 숨차해 하면서 겨우 따라가는 많은 분들에게 필자는 ‘나만의 아지트’를 갖자고 말하고 싶습니다. 숨돌릴 수 있는 그런 곳 말입니다. 그 곳을 집안에 만들던, 아님 집 근처에서 찾던, 아니면 본인이 좋아하는 어떤 장소를 정하건, 회사에서 갖던, 그것은 크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아무에게도 방해하지 않는 오로지 나만의 공간을 만들자는 것입니다. 그래서 틈 나는 대로 찾던지, 시간을 정해놓던지 그 곳에서 나만의 시간을 갖을 수 있었으면 합니다. 아니 시간을 정해 놓는 것이 좋겠습니다. 업무에도 해방이 되고 가족도 잠시만 내어놓고 편하게 가질 수 있는 토요일 저녁 2시간 정도가 좋겠습니다.
이 곳에서 무엇을 하든지 좋겠지만, 모든 본인을 짓 누르는 것들로부터 해방감을 느낄 수 있으면 합니다. 과거에 즐겨 들었던 음악을 듣는다든지, 아주 가벼운 책을 읽는다든지, 오래된 앨범을 꺼내어 추억에 잠긴다든지, 아니면 조용하게 명상을 한다든지… 무엇을 할까에 대한 고민이 있으면 안될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그 시간은 몸과 마음이 지친 나를 위한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일주일 168시간 중 고작 2시간에 불과하지만, 두 시간의 힘이 166시간을 활기차게 보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시작해보면 많은 긍정적인 효과들을 체험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가족에게는 취지를 잘 설명하여 정말 그 시간만큼은 혼자 있을 수 있도록 양해를 구해야 하겠지요. 정말 효과가 있다면 배우자에게도 똑 같은 방법으로 ‘아지트’를 만들도록 해 보십시오. 아마도 많이 고마워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쌓인 스트레스를 술로 풀며, 어디 하소연 할 때도 없다고 외로워 하고, 어깨에 무거운 짐에 버거워 하시지만 정말정말 열심히 생활하시는 우리네 여러분들. 이제는 여러분들을 위한 자그마한 시간이라도 가져보십시오. ‘나만의 아지트’에서…
삶이 조금은 여유가 있어질 것입니다. 마음이 가벼워 지실 것입니다. 더욱 힘을 내실 수 있을 거라 확신합니다…
오늘 당장 만들어 보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