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륭한 학력사항, 잘 관리된 경력 프로필, 단정한 마스크, 정직하고 열성적인 성향… 이 모든 조건을 잘 갖추고 고객사에서 원하고 있는 경력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추천하기 어려운 후보자가 있다. 추천하더라도 인사부나 현업에서 부정적인 피드백을 받아서 서치펌의 공신력을 떨어뜨리고, 인터뷰에 합격하였다 하더라도 채용까지 이어지기 힘들다.
Motive, 열정 부족
대개 헤드헌터에게 이력서를 제출하는 경우, 최소한의 이직 의사가 있다는 전제 하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하지만 막상 인터뷰를 하면서 확인해 보면, 왜 이 포지션에 지원하였는지, 자신이 무얼 하고 싶어 하는지, 경력 관리에 대해서 어떤 Plan을 가지고 있는지 등에 대해 모호한 경우가 있다. 후보자의 경력에 필요한 것과 보완해야 할 점.. 그리고 도움이 될만한 정보를 주었을 때 역시 아무것도 선택하지 못하고, 의사 표현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
한 후보자를 만났다. 누가 봐도 호감이 가는 외모에 상당한 학력과 어학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 후보자의 경우 주변에서 너무 많은 사람들이 조언을 해주고 있었고, 너무 많은 회사들이 입사제의를 하고 있는 상황이었는데, 충분히 전화로 포지션에 대한 이야기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어떤 포지션인지는 몰라도 이야기나 한번 듣고 싶어서 찾아 왔다고 했다.
본인은 회계가 전문 분야인데, 소비재 마케팅을 하고 싶기도 하고, 광고 대행사도 잘 맞을 것 같고, 글로벌 컨설팅 회사도 나쁘지 않고, IR을 하면 어떨지 모르겠다고 많은 이야기를 하였다. 실제로 그러한 회사에서의 경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좋은 조건으로 이미 제의를 받아 놓고 있는 상황이었다. 기업의 보기 좋은 소모품으로 전략하고 싶지는 않지만, 개인 인생을 모두 일에 투자할 만큼 열성을 가지고는 있지 않다고 했다. 연애도 하고 싶고, 자기 개발도 하고 싶고, 되도록 정시 출퇴근을 하고 싶지만, 전문적인 일을 하고 싶다고 했다.
필자는 각 포지션과 분야에 대한 현재 시장 상황과 장, 단점, 향후 비전에 대해 설명해 준 뒤, 후보자에게 집에 가서 곰곰이 자신이 진실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절대 포기할 수 없는 게 무엇인지 잘 생각해 보고 어떤 결정이 내려지면 다시 찾아오라는 이야기를 해 주었다. 하지만 진심으로는 이 후보자가 어떤 경험이든 사회에서 경력을 더 쌓은 다음에 진지하게 이야기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떠한 조언이나 정보보다도 그 후보자에게는 경험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되었기 때문이다.
연봉, 조건에 대한 무리한 욕심
국내 광고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여성을 만난 적이 있다. 그 후보자는 포지션에 대해 긍정적으로 이야기 했고, 이런 기회가 있다는 것에 기뻐하고 돌아갔다. 추천하는 날 아침 그 여성 후보자로부터 다시 전화가 왔다. ‘사실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에서 육아문제나 가정문제에 대해 배려를 해주고 있는데 그러한 부분에 대해 지금 지원하는 회사에서도 배려할 수 있는지, 야근은 잦은지, 출퇴근은 어떻게 되는지, 그 대신 연봉 부분도 지금보다는 훨씬 좋았으면 좋겠다’는 문의를 해 왔다. 이는 사전 인터뷰 시 모두 끝난 이야기였다. ‘새로 생기는 팀이기 때문에 야근이 없을 수 없지만 합리적인 수준이다. 하지만 셋업 작업 시에는 다 같이 고생을 해야 한다. 육아 문제에 대한 배려는 입사 전 장담할 수 없는 부분이다. 지금 회사에서의 적극적인 배려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대답을 해 주었더니, 그러면 지원할 수 없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런 배려를 해주는 회사가 있다면 언제든지 옮길 준비는 되어 있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장담컨대 한 회사의 팀을 책임지는 시니어급을 헤드헌팅으로 채용하면서 이 같은 조건을 충족시키는 회사는 많지 않을 것이다. 아무것도 포기하지 못하고서는 아무것도 얻지 못한다.
무조건 긍정적
“너무 가고 싶었던 회사 입니다,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요….” 입사가 확정된 후보자가 거의 환호성에 가까운 기쁨의 비명을 들었을 때 헤드헌터로서의 보람을 느끼지만, 지나치게 기뻐하는 것이 아닌가, 순간 이런 생각이 들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그냥 개인 성격 차이라고 생각했다.
입사에 관련된 처우 면접을 끝내고 와서는 다소 가라앉은 목소리로 너무 좋긴 한데요, 일이 많을 것 같아서 조금 생각해 보아야 겠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며칠 후, 후보자는 입사거절 통보를 하였다.
회사의 모든 상황, 포지션의 모든 전후 사정에 대해 후보자가 모르고 진행하는 부분이 없었고, 일이 많고, 새로운 업무라는 것도 모두 인지하고 있었는데, 이제는 그 모든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했다. 연봉이나 처우를 조정해 준다고 해도 결정은 달라지지 않는다고 했다. 인사부에서는 이런 후보자의 발언에 대해 의아해 하면서 결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건 후보자의 적극성 때문이었는데, 왜 이제 와서 업무량이나 비젼에 대해 회의를 가지는지 알 수 없다고 했다.
진행 중간중간, 후보자는 거의 시도 때도 없이 전화를 걸었다. 상식으로 벗어난 늦은 시간에도 전화해서 자신이 얼마나 그 포지션을 원하고 있는지, 지원 회사의 비젼과 왜 자신이 그곳에 입사해야 하는지 자료까지 만들어서 오랜 시간 설명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인터뷰 할시 아직 설명이 다 끝나기도 전에 빛나는 눈동자로 기계적으로 수긍하고, 받아들이고, 지원하겠다고 하였던.. 지나치게 적극적이고 호의적일 때 한번쯤 그 이면에 대해 생각해 보았어야 하지 않았을까, 하는 반성을 하게 되었다.
깔끔하지 못한 청결 상태
대기업 CEO의 비서를 진행하면서 한 아름다운 여성 후보자를 만났다. 점심시간 이후 1시에 인터뷰를 하였는데, 아름답고 우아한 외모를 가지고 있었으나 청결 상태는 실망 수준이었다. 저렇게 우아한 여성한테 청결 문제를 이야기 하기는 참으로 난감하였다. 오랜 고민 끝에 다른 포지션이면 몰라도 회사의 리더를 보필해야 하는 비서의 생명이 센스인 만큼 그 부분에 대한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추천은 불가능 하다는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끝내 그 이유에 대해선 차마 말할 수 없었다.
지나친 자기 PR
후보자들이 인터뷰 시 PT자료를 만들어서 적극성과 열의를 보이는 것도 좋은 인터뷰 방법 중에 하나이다. 하지만, 일관성 없는 자료로 너무나 오랜 시간동안 비슷한 이야기를 하면서 업계에 자신 이외에 이 일을 할만한 사람은 없을 것이라는 자신감에 대해 오래도록 피력하는 후보자가 있다.
자신감은 자기 열등감의 또 다른 자기 표현이다. 지나친 자신감은 지나친 열등감이기도 하다. 항시 고(高)자세가 유리한 것은 아니다. 적당한 자신감과 품위가 그 사람으로 하여금 호감을 느끼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