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우수한 인재를 찾아야만 하는 헤드헌터로 일하다 보면 ‘인재’니 ‘경쟁력’이니 하는 류의 주제가 주어지는 자리는 언제나 솔깃하다. 아니 일종의 강박관념이 있다. 밥 먹고 사는 문제와 관련이 있다 보니 그렇고 그런 흔한 이야기 일지라도 말이다. 그런데 지난 주 편히 지내는 선배 몇 몇과의 간촐한 송년모임에서 소속회사 회장의 인재상이야기가 가볍게 꺼내졌는데 자가 발전하여 ‘과거,현재의 교육방식 차이와 이에 따른 인재란 ?’ 평소답지 않은 고상한 주제의 난상 토론에 곁다리로 끼어 거들다 보니 생각해 볼 만한 부분이 있어 ‘한국 사회의 패라다임 쉬푸트’에 대해 몇 가지 적어 보고자 한다.
주제 관련하여 발가락 정도 담그고 있는 문외한임에도 열심히 이야기하는 선배에게 마치 오래 전부터 공감하고 있었다는 긍정의 끄덕임과 함께 진지한 눈빛, 넉넉한 미소로 바라볼 수 밖에 없었는데,전문가연하며 열변을 토하는 선배의 이야기로 적지 않은 저녁 시간을 매우 괴롭게(?) 보내다 보니 다소 추상적 의미로 존재했던 우리 나라의 ‘교육시스템, ‘시대 변화’,‘패러다임 변화’들의 상관성이 조금 더 현실감 있게 와 닿기는 한 것 같다.
자식들의 최신 핸드폰, 컴퓨터, 차량 등을 보면 2만불 씀씀이로 살고, 부모들은 5천불대의 생활패턴을 유지하여 한국 사회는 1만불 대를 유지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있다. Old 와 New가 존재하고,변화의 다양한 주체와 객체가 같이 공존하여 이를 통시적이면서도 세세히 구분키가 어떤 면에서 명징하지만은 않다. 또 쉴새 없이 달려드는 세상의 변화를 온 몸으로 느끼지만 향 후 필요로 하는 인재 배출을 위한 문제 해결책과 방향제시가 명료하지만은 않아 술자리의 꼭지가 되었던 것 같다. 현재 우리사회는 생각보다 심각하게 취업 못하는 학생들과 필요에 비해 만족 못하겠다는 기업들의 아우성을 매년 바라보고 있는 답답함을 갖고 있다.
한국 사회의 과거 패러다임 (?) - 국가, 기업, 가족, 개인 관련한 4가지 경쟁력에 대한 이야기가 도마 위에 올랐다. 재미있게도 각기 두 자로 이루어진 4개의 단어가 모두 ‘ㄱ’자로 시작되는 글자이다. 그 자리의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과거 우리의 교육시스템은 ‘글로벌리 1등’으로서 매우 훌륭하였으며 그 결과로 네 개의 ‘ㄱ’자 구성원 모두가 경쟁력을 갖고 있고, 그러한 결과로서 현재 이만큼이라도 살게 되었으나 이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바뀌지 않으면 생존이 힘들다는 것이다. 왜냐? 당근 패러다임이 변화했으므로….
목숨을 겨우 부지하는 수준이라는 국민소득 ‘백불’ 에서 무려 그 100배인 ‘만불’ 시대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은 63년부터 93년까지 겨우 30년이 걸렸을 뿐이다. 구미 선진국이 150년 걸린 것에 비해 너무도 훌륭하다. 국제사회의 도움만 필요로 했던 원조 대상국에서 원조시행국이 된 나라는 우리나라 밖에 없다. 가능성이 무지하게 많은 민족이며 저력 있는 나라 등등 피상적으로만 알지 말고 정말 그게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느끼라는 자긍심 가득 넘치는 선배 땜에 처음 상당한 시간은 넘치는 골수 이념 교육을 받아야만 했다. 현재의 한국을 가능케 한 가장 큰 원동력이 뭔고 하면 90년대 초 까지의 한국사회와 그런데로 맞아 떨어졌던 단순,우직,성실한 대졸과 산업화 시대 한국의 제조산업을 훌륭하게 뒤 받치고 이끌어낸 세계 최고 수준의 초,중,고교 졸업자들의 솜씨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맞다. 사실 과거 권위주의 정권시대에는 국가가 책임을 지고 비리를 덮어주고 특혜를 주면서 기업을 키워주었으며, 개인은 기업이 평생 고용을 보장해 주며 가족을 책임지게 하였고, 개인도 기업에 충성을 다했었다. 누나가 학업을 포기하고 공장을 다니면서 남동생을 대학에 보내주면 그 집안은 바로 일어섰던 것이 얼마 전 우리 부모님들의 삶이었다. 개인, 가족, 기업, 국가가 모두 ‘윈윈’ 하는 시스템이었던 것 같다.
산업화 시대에는 기계를 돌려야 하니까 경쟁력이 갖추기 위해선 국민들이 읽고 쓰기는 모두 해야 했다. 더군다나 젓가락으로 다져진 산업화 시대에 딱 맞는 손재주 있는 우리 민족이다. 거기에서 얻어진 경쟁력이었다. 박정희 시대에 겨우 허기를 면하게 만든 계기가 되었다던 광부2만명, 간호사5천명의 독일이주취업. 74년도 1억불에 도달한 수출 전략 5대 품목이 가발, 인조조화, 헝겊인형, 트리램프, 쥐잡아 만든 코리안 밍크 라는 것이 우리 땅 어른들의 가슴 찡한 성공담이다.이런저런 자리에서 실제 자주 듣는 레퍼토리이다. 그러나 ‘Work hard’ 보다는 ‘Work Smart’의 시대다. 지식, 정보화 시대에는 대졸들의 실력으로 우리가 국가를 끌고 나가야 되는데 한국에서 배출되는 주입식 교육으로 체제 순응적이기만 한 대졸들의 실력이라는 것이 주지하다시피 세계 등수에 끼지 못한다.
또 과거 패러다임에서 유용했던 중,고교 교육시스템에 한계가 있어 빌게이츠, 스티브 잡스 같은 반항적이되 창의력 넘치며 새로운 세계 그 자체를 열어갈 수 있는 사람들이 나타나기가 힘들며 한국의 대졸 경쟁력이 떨어져 국민소득 만불에 도달한지 10년 훨씬 넘도록 올라서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이다. 등등 이런 종류의 이야기가 몇 순배 돌게 되었다. 들어왔고 모르는 이야기 아님에도 표정과 말이 진지한 것이 술 몇 잔의 분위기인지, 나라걱정 하는 열혈 애국지사들이 사회에 많아진 현상인지 잘 모르겠지만 인재상 관련 기업의 푸념들을 많이 들어왔던 나는 맞장구 치며 ‘추임새’ 넣느라 시간 깊어지는 것도 몰랐던 것 같다.
우리시대의 패러다임 (?) - 글로벌 기업들, 특히 대기업들은 초 국가 기업들이다. 삼성전자, SK, 현대자동차, 포스코 국민은행 등은 외국인 지분율이 절반 이상으로서 수익을 내도 우리 국민에게 오는 것은 아니며,공장을 지어도 한국에만 짓는 것이 아니다. 때문에 한국의 훌륭한 기업들이 각 개인들하고 옛날만큼 상관 있는 것은 아니다.경영지표상의 변화를 대비한 상시적 구조조정, 고용의 유연함이 전략 컨설턴트, 경영진들이 항용하는 솔루션이다.
때문에 나라가 기업에게 특혜를 줄 일이 별로 없고, 기업이 자신들의 직원들 일자리를 보장할 필요도 없는 서로간의 이동성이 아주 많아진 시대이다. 개인과 가족을 볼 때에도 형이나 누나 또는 동생이 희생하여 가능성 있는 어떤 특정 식구 구성원을 위하여 온몸으로 희생하는 것이 모두에게 이롭지만은 않은 웬지 부자연스러운 시대이며, 부모님조차 가지고 있는 재산, 소 팔고, 집 팔고 해서 자식들 학비를 대 주고 장가를 보내고 자식들에게 돈 다 퍼주어도 괜찮은 시대가 아닌 것 같다.
과거처럼 상호 Win Win이 아닌 것이다. 더군다나 과거에는 애쓰신 부모님들이 몇 년 못살았다. 하지만 앞으로 평균 수명 95세 정도 되면 은퇴하고도 35년을 더 살아야 하는 노령화 사회문제도 있다. 자식 잘되면 나도 걱정 없고 잘 살 수 있다는 등식은 점점 동남아 일부 국가의 전형이 될 것이다. 경우가 다른 측면도 있지만 한국에서 일하는 동남아에서 온 젊은 공장근로자들은 온 식구가 희생하여 교육시킨 각기 그 집안의 가장으로서 집안을 책임져야 할 사람임을 어렵지 않게 추론해 볼 수 있다.
고객사인 모 대기업의 인사팀장 이야기처럼 이제 우리는 태어나는 순간 어느 누구도 보장해 주지 않는 사회로 가고 있으며 이미 그러한 사회에 살고 있다. 고용, 전직, 해고, 재취업의 최전선을 들여다 볼 기회가 많은 나로서는 너무도 익숙한 상황이기만 하다.
맺음말 - 어쨌든 엔터웨이의 거래처 임원들이나 이런 저런 사람들의 인재관들을 요약하면 21세기 패러다임에 맞춘 인재상은 아래와 같이 다양하면서도 공통적인 인물이라는 결론으로서 이야기를 가름하고자 한다. 패러다임에 맞는 기본 인재형과 방향은 물론 글로벌라이제이션, 지식정보화사회에 적합한 인물임에 무론이다.
전세계인의 텍스트인 피터 드러커 교수 이야기처럼 미래 경쟁력의 원천인 평생학습을 생활화 하기 위해선 학습을 즐기는 사람을 만들어야 하고, 달달 암기하는 것은 가장 낮은 교육 목표이니 무언인가 응용하고 분석하고 ,판단하고, 종합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어야 하며, 아무리 똑똑하여 많이 알아 봤자 좀 지나면 대부분 소용 없어지는 쓸데없는 정보이니 정보 홍수 시대에는 기초지식만 가지고 뭔가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사람들이 인재이다.
이런 정보 저런 정보를 종합해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낼 수 있는 사람이며, 아는 것이 많은 것보다 하나라도 제대로 할 수 있는 사람이며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 다시 도전하는 오뚜기 같은 사람이고,정답을 추구하는 강박증에서 벗어날 수 있는 사람, 퍼지 사고력, 모험심,
긍정적 자세 이런 인물형이 변화된 환경에서의 인재라고 흔히 듣고 있다. 다만 농가적 근면성을 중시하고 단순우직함의 묘미가 편안하게만 느껴지는 전형적 시대 부적응형자인 나로서는 앞으로의 살아갈 날이 캄캄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