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기관은 다른 산업과 비교해볼 때 안정적이고 높은 급여로 인해 취업을 원하는 대학 졸업자에게는 최고의 직장이라는 인식이 오랜 기간 이어져 왔다. 그러나, 1997년 IMF 외환위기 때 기업 대상 대출이 많았던 은행들은 재정 건전성이 악화되면서 다른 은행에 통합되고 은행원들은 구조조정으로 자의 반 타의 반 퇴직하게 되었다. 꿈에도 생각 못 했던 태풍이 금융시장을 휩쓸었고 은행원들은 무방비 상태로 온실에서 전쟁터로 내몰렸다. 철통 밥 같던 은행도 망할 수 있다는 인식을 갖게 해준 계기가 되었다.
필자는 여의도 증권업계에서 19년을 근무하면서 금융실명제, 러시아 모라토리엄, IMF, 대우사태, 신용카드대란, 미국 발 금융위기, 유럽발 금융위기 등 굵직하게 금융시장을 요동치게 한 사건을 모두 겪었다. 주식, 채권시장도 한국의 국내 요인뿐만 아니라 글로벌 국가들과 함께 영향을 주고받는 거대한 시스템의 하나의 톱니바퀴처럼 돌아가기 시작한 것이다.
여의도로 출퇴근하는 직장인이라면 증권사, 자산운용사, 투자자문사가 영원한 지속 기업(going concern)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21세기 여의도 증권가에서는 60여 개 증권사가 한정된 사이즈의 주식, 채권, 펀드 시장에서 점유율을 더 높이기 위해 격돌하고 있다. IMF 외환위기가 은행의 구조조정과 대형화를 초래했다면 이제는 수익구조가 부실한 증권사가 퇴출되고 중소형 증권사가 통폐합되어 대형 증권사로 재편되는 시점에 있다고 하겠다.
"시황산업이니 앞으로 잘 되겠지"라는 막연한 생각을 갖고 있다면, 이제는 버려야 한다. 대형 증권사가 출범하고 중소형 증권사는 시장에서 퇴출되는 지각변동이 계속 진행될 것이며, 새로운 수익구조를 찾지 못하는 금융기관은 계속 도태될 것이다. 따라서 여의도 증권맨들은 현재의 자리와 연봉에 안주하기 보다는 변화와 도전을 통해 100세 시대의 새로운 패러다임에 적응하여야 하며, 경제활동을 지속할 수 있는 준비를 해야 한다.
그렇다면,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타산업으로의 이직을 원하는 금융권 후보자들과 인터뷰하면서 느꼈던 바를 바탕으로 몇 가지 방법을 제시해 보겠다.
첫째, 금융 전문가로써 가장 잘 수행할 수 있는 업무가 무엇인지를 스스로 분석해 보자. 미래에도 자신있게 수행할 수 있는 업무를 찾는 것이다. 내가 영업을 잘하는지, 기획력이 있는지, 마케팅을 잘하는지 등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파악해 봐야 한다. (자산관리 영업, 기획, 인사, 마케팅, 재무, 홍보, IT 등)
둘째, 다른 산업의 같은 직종으로 관심을 갖고 이직에 필요한 자격증 준비, 세미나 참석, 커뮤니티 참여등을 통해 타 산업 분야로 영역을 확대한다. CPA, 보험설계사, 공인노무사 자격증을 준비할 수도 있으며, SNS, 카페 모임, 세미나 참석을 통해 다른 서비스 산업의 인맥을 형성하거나 이해를 높일 수 있는 기회를 가져야 한다. 비롯 산업은 다르지만 제조, 서비스, IT 회사에서도 기획, 인사, 재무, 회계, 홍보 등 관련 직종의 기회가 있기 때문이다.
셋째, 체계적인 경력관리와 이직 기회를 함께 찾아줄 리쿠르팅 컨설턴트와 지속적인 관계를 가져야 한다. 컨설턴트와 함께 본인의 미래를 고민하고 문제점을 해결해 나가면서 새로운 기회를 찾아야 한다.
만약, 이런 준비를 하지 못하고 회사를 그만두게 되었다면 회사가 지원해주는 재취업 프로그램을 활용하여 짧은 시간일지라도 새로운 Job을 찾도록 해야 한다. 금융기관의 직장생활에 스스로 안주하지 말고 미래를 새롭게 주도해 나갈 산업으로 영역을 넓혀 나가는 도전을 시작해야 한다. 금융시장은 계속 도전받고 변화되고 바뀔 것이며, 이 소용돌이에서 빠져나오지 못한다면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조직에서 하나의 톱니바퀴로만 남게 되고 언젠가는 다른 톱니바퀴로 교체될 것이다.
어느 날 선배들과 지인들이 조용히 여의도를 떠나는 모습을 볼 때마다 후배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었다.
"이제 여의도 증권맨들은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고 변해야 한다. 그리고 그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