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손에서 냄새가 나는 것으로 보아 오늘도 돼지를 잡은 게 분명했다. 죽음을 떠올리게 하는 아주 퀴퀴한 냄새였다. 아빠 몸에서는 낮이고 밤이고 늘 그 냄새가 난다. 하지만 부엌에 있는 욕조에 들어가 정강이까지 채워진 따뜻한 비눗물로 몸을 깨끗이 씻는 토요일에는 그런 냄새가 나지 않았다.”
로버트 뉴턴 팩의 “돼지가 한 마리도 죽지 않던 날” 이라는 책 속에서 인용한 글이다.
마음과 머릿속이 복잡해 질 때면, 가끔 딸아이가 읽었던 활자가 제법 큰 아동용 책에 의지할 때가 있다. 돼지를 키우고 잡아야 하는 직업을 가진 아빠의 퀴퀴한 냄새에서 - 그 직업을 열심히 그리고 오랫동안 몸담아 온 사람들에게 나는 특유의 냄새를 생각해 보게 된 글귀였다.
서치펌에 종사하는 내 직업의 성격상 다양한 분야에 오랫동안 몸 담아온 분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 그런데 어느 순간 그분들이 종사해온 업종 및 업무에 따라 다양한 냄새가 난다는 걸 느끼게 된다. 이를테면 크게는 건설업, 유통업, 금융업, 첨단 IT업이 다르고, 작게는 영업직, 마케팅직, 재무•경리직, 생산직, 기술직 등이 각각 다른 냄새를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경우, 비록 그 동안 종사해온 분야가 달라 냄새의 분위기가 다를지언정 그 냄새의 공통점은 오랜 세월 각자의 일에 헌신한 사람에게서 나는 관록의 냄새이다. 비눗물로 깨끗이 씻고 명품의 향수로 빼야 할 이유가 전혀 없는 향기 그 자체, 직업인의 건강한 냄새이다. 하지만 간혹 그렇지 않은 냄새를 맡을 때는 우울하고 씁쓸한 기분을 떨칠 수 없다.
한때, 가당치도 않고, 무시무시한 좌우명을 성공의 길잡이로 삼을 때가 있었다.
“남이 나를 밟으면, 나 또한 똑같이 그렇게 하리라”. 남을 향한 강함과 독함만이 치열한 생존경쟁의 장에서 버텨 낼 수 있는 것인 양, 그리고 뭔가 특이하고 독특한 것만이 나의 자존감을 세울 수 있는 것으로 착각했었다.
그런데, 세월이 흐르고 오랫동안 직장생활을 하면서, 강함과 독함이 아닌 부드러움과 따뜻한 배려심이 오히려 나를 돋보이게 하고 직업인의 건강한 냄새를 풍기게 됨을 조금씩 알게 되어간다.
안타깝게도, 이 글을 쓰는 나 자신도 비록 제대로 실천하지 못하지만 말이다.
“사람”이라는 존재를 통해서 관계유지 및 매출을 일으키는 “헤드헌터”라는 직업의 예를 들어볼까 한다.
“한 건, 한 건의 성공”이라는 것이 최종 목표이긴 하다. 그것만을 위해서 무지막지한 속도로 치닫게 된다. 그러나, 그 목표를 달성하기 전까지 건강한 직업인임을 보여주는 기회가 얼마나 많은지 아는가! 그 마음을 먼저 읽어 주고, 가려운 곳을 긁어주고 다독거려 주는 “감동”이라는 냄새를 풍기는 것이 “진정한 헤드헌터”가 아닐까?
고객사, 후보자 입장에서 받은 메일에 대한 신속한 답변, 진행사항 등에 대한 자세하고 친절한 설명, 그리고 정확한 피드백 전달 등은 아주 단순하지만 기본이어야 하며, 때로는 힘들어 지쳐 있는 어깨에 진심으로 손도 얹어 줄 수 있는 부드럽고 인간적인 냄새가 “헤드헌터”라는 직업의 건강한 냄새라고 생각된다.
비록, 전문적인 지식이나 기술의 중요성을 부정할 수 없지만, 직업인의 진정한 향기는 남을 먼저
생각하고 배려해 주는 것으로부터 풍겨 나오는 것이 아닐까 한다.